엔젤만증후군은 인구 18,000명에서 20,000명 당 1명의 확률로 발생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입니다.
첫 모임이 이루어진 2004년 당시에는 이 병을 진단받고도 어떤 병인지 모르고 두려워했고, 유전병이라는 말에 또 한 번 절망했었습니다.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엔젤만증후군에 대해 소개하고, 모임을 주도하고 설립했던 은비네 가족은 아이가 스무 살이 다 되어서야 우리 나라가 아닌 일본에서 척추측만 수술을 받던 중 은비가 엔젤만 증후군임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은비의 척추측만이 엔젤만증후군의 한 증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십 년간 아이를 키우면서도 왜 그토록 성장 과정이 유별나게 혹독한 것이 은비가 지독히도 운이 나쁜 뇌성마비 장애인이었기 때문으로만 알고 있다가 그 모든 과정이 엔젤만증후군으로 인한 증상이었고, 특성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십 년의 은비와 엄마의 성장기를 홈페이지에 소개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모임의 활성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초기에는 분기별로 한 해에 네 번의 모임을 가졌습니다. 주로 엔젤만증후군이 어떤 질환이고며 아이를 양육하면서 느끼는 어려움과 관련하여 한 가지 주제를 정해 그 분야의 전문가 선생님을 모시고 강의를 듣는 프로그램으로 운영하였습니다. 그리고 일 년에 한 번, 가족캠프를 통해 전국의 엔젤만증후군 가족들이 모여 우애와 정보를 나누는 교류의 장을 마련하였습니다. 시급했던 엔젤만증후군 자료집도 만들어 가족들과 아직 정보가 미미한 병원이나 학교, 치료사, 복지사 등에 배부하여 좀 더 올바르게 엔젤만증후군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엔젤만증후군은 희귀 난치성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모임 초기에는 질환의 코드가 없어 희귀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어떠한 의료적 지원도 없었습니다. 질환의 코드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엔젤만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우들의 현황 파악과 질환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했습니다. 각고의 노력으로 모임이 결성된 지 3년 만에 드디어 질병 코드를 받고, 산정특례 질환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엔젤만증후군 아이들은 어린 시절엔 잦은 병치레와 경련, 발달장애, 수면장애 등 여러 증상에 시달리며 힘든 성장기를 거치게 되고, 성장할수록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치료와 교육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진단을 받고 처음 모임에 참석하여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만 했던 한 부모님은 몇 년 동안 모임에 참석하면서 이제는 다른 엔젤만증후군 가족들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2004년 처음 몇 명의 가족으로 시작했던 모임은 2021년 현재, 태어나서 얼마 안 된 신생아부터 삼십 대 성인에 이르기까지 제법 많은 엔젤만증후군 환우의 가족들이 모였습니다. 이제는 태어나기도 전에 진단이 이루어질 만큼 유전학에 대한 연구와 검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좀 더 많은 엔젤만증후군 환우의 가족들이 나타날 거라 생각합니다.
이에 모임도 기존의 가족 모임이 아니라 한 단계 발전된 모습으로 발돋움하고자 합니다. 초창기 모임에 가입했던 환우들은 이삼십 대 성인이 되었고, 새로 가입하는 환우들은 어린 아이들이 많아 연령대별로 가족들의 욕구가 다양해짐에 따라 보다 조직적인 관리가 필요해졌습니다.
엔젤만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이 질환을 조기에 알고, 적절하게 대처해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생애 주기에 맞는 교육, 치료, 복지를 제공받으면서 우리 사회에서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주는 것이 부모와 가족들의 진정한 바람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