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척추측만증 수술
일본으로 가서 니노미야 선생님을 뵙자 선생님은 그 사이 은비의 수술 방법이 바뀌었음을 알려주었다. 은비의 움직임을 살펴보니 아이의 움직임이 대단히 활달해서 수술 후에도 은비의 과도한 움직임에 대해서 좀 더 안전한 테이핑 요법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전처럼 두 개의 티탄을 뼈 위에 고정시키고 그 위를 나사로 단단히 조이는 방법이 아니라 유연성을 줄 수 있도록 테이프로 감아서 고정시키는 방법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아이가 설혹 움직이더라도 부러질 염려가 없이 안전하다고 했다. 물론 나사보다 고정력은 다소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수술 후에 안전을 보장받으려면 아무래도 이 방법이 나을 것 같다는 것이 그 곳 선생님들의 견해셨다. 그러나 만일 보호자가 전의 방법을 원한다면 그 방법으로 수술도 가능하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우리가 이곳으로 온 것은 전적으로 이곳의 선생님을 신뢰하는 그 믿음 하나로 온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드리고 선생님 소신껏 옳다고 생각되는 방법으로 수술을 부탁한다는 부모로서의 소견도 전해드렸다(수술이 끝난 후 학회에 은비의 사례를 보고하였을 때 그곳의 선생님 모두가 테이프로 고정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은 정말 잘 한 일이었다고 했단다. 만일 나사 고정법으로 했다면 은비의 경우는 100% 부러졌을 거라는 것이다).
2004년 3월 8일, 드디어 은비는 일본의 나가사키현립 어린이 의료복지센터(장애아 전문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실로 향한 시간이 아침 9시 , 그곳의 대기실에서 함께 아이와 있다가 수술실에 들어간 것은 10시가 넘은 시간, 그 곳에서 다시 준비 과정을 거쳐 수술이 시작되었겠지만 아이가 수술을 마치고 다시 나온 시각은 그 다음 날인 9일 새벽 2시 반 정도, 전후 수술 준비 시간과 마취에서 깨어나는 시간을 제하더라도 13시간 가까이 소요된 수술 시간이 말해주 듯 대단히 큰 수술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잘 버텨준 아이도 고맙고 그 큰 수술을 감행해주신 선생님도 너무 고마웠다. 은비는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 낯선 이국 땅에서.
그 후로의 회복 과정은 그 곳 선생님들의 예상을 뛰어 넘어 경이감을 줄 만큼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아이의 그와 같은 변화는 오랜 의사 생활을 통해서 좀처럼 당황하지 않는 선생님들께도 연구 대상이 될 만 했다. 언제 수술한 환자인가 싶게 극성을 떨며 움직여대는 아이를 보면 흐뭇하기도 했지만 내심 걱정되기는 선생님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였다. 두 달 가량의 수술 회복 재활 훈련 과정을 통해서 아이의 상태는 나날이 나아져 갔고 애초에 우리의 목표이기도 했던 수술 이전에 아이가 움직이던 만큼의 상태로 회복되는 것도 그리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의 상태도 그렇고 움직임에 있어서도 다른 장애 아이들과 다른 점이 많았던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아이의 변화를 지켜볼 필요성이 있었다. 수술 후 석 달이 지나서 은비의 하드코르셋(하드 척추 보조기)을 풀고 소프트 보조기로 바뀌는 시점에 다시 일본을 찾았다 . 은비의 척추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수술 후 뼈가 완전히 굳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 달 이후부터 3주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받으며 아이의 상태도 점차로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 가고 있었다. 치료하면서 은비는 수술 이전 오랫동안 보행을 시키지 않은데다 수술 후 더욱 짧아진 다리의 근육 때문에 무릎을 펴고 치료를 받는 동작을 무척 힘들어 했다. 때문에 앞으로 아이가 살아가는데 다소간 불편함을 덜어주려면 굳어진 무릎 뒤의 근육은 늘려주는 것이 낫겠다는 것이 선생님들의 견해셨다. 아직 척추 수술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므로 당분 간 수술은 무리라고 하셨지만 아이의 체력 상태로 보아선 하반기쯤이면 근육을 늘려주는 간단한 수술은 해주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이셨다. 이때쯤엔 아이의 상태를 지켜보시며 또 한편으로는 은비의 특이한 행동과 움직임들을 주의 깊게 연구하셨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