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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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의 성장기

Arrow.png 유문협착증을 극복하고

 

  결국 태어나서 한 달이 지난 어느 날(생후 1개월) 아이는 유문협착증(pyloric stenosis: 유문이 좁아져서 음식이나 우유가 원활이 내려가지 못하면서 영양 공급에 지장을 초래하는 증상)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는데 치료 방법이라곤 수술 밖에 없다고 했다. 수술을 시켜주지 않으면 영양장애를 일으켜서 생명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진단 받기까지는 쉽지 않았지만 수술은 비교적 간단하게 끝났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수술을 받고 나온 아이는 여전히 구토가 멈추질 않았다. 링거만 맞고 있는 상태에서도 시시 때때로 올리기 다반사였고 그런 아이의 특이성 때문에 다시금 간호사들이 상주하면서 예의 주시해서 관찰하는 병실로 옮겨지게 되었다. 의심이 가는 병에 대한 여러 가지 검사가 이루어졌지만 검사에서 딱히 이상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결국 아이는 조산으로 인해 위의 형성이 불완전해서 우유를 먹으면 위의 연동 운동 시에 위의 윗부분이 닫히지 못하고 그냥 튀어나오는 위식도 역류(gastroesophageal reflux)라는 진단이 다시 내려졌다. 치료 방법이라곤 먹인 후 아이를 눕히지 말고 충분히 소화되는 시간 동안 앉혀 놓거나 세워 놓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더욱이 아이는 우유에 대한 소화 장애 (나중에 그것이 우유 알레르기라고 들었다)를 나타내고 있어서 될 수 있는 대로 분유를 빨리 끊고 이유식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수술한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그렇게 지내면서 적어도 돌은 지나야만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것이었다. 태어나서 겨우 두 달도 안 된 아이를 눕히지도 말고 늘 안거나 세워 놓아야만 한다는 것과 젖도 제대로 빨지 못하는 아이에게 분유도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끊어야 된다고 하는 건 우리 부부에게도 너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퇴원 후에도 아이는 자주 올리곤 했다. 잠이 워낙 깊게 들지 못하는 까닭도 있었겠지만 자면서도 올리는 증상들은 아이의 수면을 방해했다. 물론 이 때 그대로 눕혀서 재웠던 것은 아니었다. 거의 90도에 가깝게 경사를 만들어서 아이를 눕히곤 했었다. 혹은 이동식 침대를 이용하여 각도를 올려서 재우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사실은 거의 잠을 자지 않았기 때문에 먹인 후 주로 품에 안고 있었던 시간이 제일 길었던 것 같다).

  아이는 자다가 자주 놀라서 깨곤 했는데 이 때에 주로 두 팔은 크게 벌리고(마치 모로반사의 형태를 띠었다) 놀란 표정으로 깨어났으며 대부분 우유를 올릴 때가 많았다. 이것이 경련의 한 형태였는지는 지금도 확실치 않다.

  자주 토하는 아이에게 엎어서 재우는 방법을 많이 권유 받았지만 아이는 엎어만 놓으면 죽어라 버팅기고 코를 박고 몸부림을 쳐댔기 때문에 실제로는 엎어서 재울 수가 없었다. 엎드려 있는 자세 만큼이나 업히는 것도 싫어해서 세 살이 넘도록 아이를 늘 앞으로 받쳐 안고 다녀야만 했다.

  선생님의 권유 대로 우유는 일찌감치 다른 이유식으로 대체해 버렸는데 유난히도 입맛이 까다로운 탓에 새로운 걸 온전히 한 통 다 먹여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땐 무엇이든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구해서 먹이기가 급급했던 시기였다. 아이는 토하기도 자주 토했지만 토하는 습관이 들다 보니 먹는 걸 거부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 때문에 경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네 살 무렵의 체중은 간신히 11Kg를 조금 넘었던 것이 고작이었다. 저 체중에도 불구하고 아빠의 체격을 닮은 탓인지 키는 평균보다도 큰 편이었다. 마르고 긴 체형으로 양쪽 어깨는 딱 벌어져 있어서 마치 운동 선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때문에 지금도 그렇지만 여자 아이 같은 느낌이 거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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